대승경의 범서는 우리민족의 범서이다
Ⅶ. 대승경(大乘經)의 범서(梵書)는 우리민족의 범서(梵書)이다.
잃어버린 배달사상과 동양사상의 기원, 안창범, 국학자료원, 서울, 1997년 2월 p.279-286
원시 대승경의 출처가 우리나라 고조선이었다. 그렇다면 원시 대승경에 쓰여 있는 범서는 당연히 상고시대 우리민족의 언어와 문자여야 한다. 이룰 증명하기 위해서는 첫째, 범어는 어떠한 언어인가를 밝혀야 하고. 둘째, 범서가 인도의 문자도 아니고 언어도 아님을 밝혀야 할 것이며. 셋째, 상고시대의 우리나라에 범서가 있었다는 점을 밝혀야 할 것이며. 넷째, 우리민족의 범서가 곧 대승경의 범서임을 증명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을 순서에 따라 밝혀 나가기로 한다.
1. 범어(梵語)는 어떠한 언어(言語)인가?
운허용하의 『불교사전』을 보면 범어는 B.C. 800년경에 인도로 전래된 셈계통의 외래어라 하여 간략히 소개되고 있으나, 컬러판 『교육세계백과대사전』을 보면 『대영백과사전』의 기록을 인용하여 자세히 밝혀주고 있는데,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범어〉 범어는 산스크리트어라고도 하는데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인도에 쓰이는 고급 문장어이다. 산스크리트는 <완성된 언어>라는 뜻으로 속어에 대한 아어(雅語)를 의미한다. 범어라고 한 까닭은 이 언어를 범천소설(梵天所說)의 언어라고 믿는 데에 있다.
《특질》 범어는 명사*대명사 및 형용사의 성*수*격(性*數*格)의 어미변화로 주어*목적어 등을 나타내며, 또한 인칭*수*시상*법*태(人稱*數*時相*法*態)를 주로 동사의 어미변화로 나타낸다.
《문자》 범어의 서사 인쇄에 쓰이는 문자를 데바나가리(Devanagari)라 부른다. “이 문자는 47자의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지며, 자음은 33자로서 언제나 모음(a)를 동반한다, 이 문자의 기원은 멀리 북셈계(Sham系) 문자로서 가장 오래된 페니키아 문자에 있다. 오른쪽으로부터 왼쪽으로 쓰는 셈문자의 특징을 보존하고 있다. 둘 이상의 연속자음을 나타내려면 그 자음문자를 연합하여 하나의 결합문자를 만드는 따위가 이 문자의 특징이다.
<<문법>> 문의 구조에 있어서 주어가 선두에 오고 동사가 끝에 오며, 수식어는 피수식어에 선행한다.
2.범어(梵語)는 인도어(印度語)도 북셈계語도 아니다.
이상의 설명을 보면 산스크리트나 범어라는 어의에 인도나 그 민족을 나타내는 의미가 전혀 없다. 고급문장에만 쓰인 언어로서 생활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래서 수억이 되는 인도인 가운데 “오늘날 범어를 쓰는 인구수는 겨우 1,000여명에 불과하다” 하니, 범어는 고유어가 아니라 외래어이라는 사전의 기록이 틀림없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범어를 데바나가리라 하는데, ‘데바’는 천신(天神)이란 뜻이며, `나가‘는 용(龍)이란 뜻으로서 데바나가리에도 인도를 상징하는 뜻이 전혀 없다. 더욱이 인도에는 천신이란 개념과 용이란 개념이 없으므로 천신 대신 제사를 뜻하는 브라흐만(Brahman), 또는 진아(眞我)를 뜻하는 아트만(Atman)dmf 종교적 최고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용 대신 뱀의 일종인 코브라 또는 물고기를 등장시킨다. 이를 보아도 범어는 원래 인도어가 아니라 외래어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범자는 북셈계의 페니키아 문자인가? 그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페니키아 문자의 자음이 22자인데 범자는 자모가 47자, 자음이 33자로서 오히려 선대문자(先代文字)라고 하는 페니키아 문자보다 그 자모가 더 많다. 문자는 후대에 제작된 것일수록 간소화되어 자모가 적은데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는 것도 북셈계 페니키아 문자만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고대 필순(筆順)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다. 또한 글자의 모형에 있어서 북셈계 페니키아 문자는 여러 가지 상형을 띠고 있는데, 대승경의 범자는 북셈계 페니키아 문자에서 기원했다고 볼 수 없다. 사전에 대승경의 범자를 북셈계 페니키아 문자에서 기원되었다고 함은 서구인 역사에 의한 서구중심적 발상을 그대로 기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上古時代의 우리나라에 범서(梵書)가 있었다.
다음은 우리민족에게도 범서가 있었느냐 하는 문제이다. 현재에도 원시사회가 있고 문명사회가 있듯이 상고시대에도 원시사회가 있는 반면, 문명사회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그러한 사회에 합리적 성립종교가 있었고 경전이 있었다면, 당연히 문자가 있어야 한다.
“태백일사”를 보면 “신시(神市)에 녹서(鹿書)가 있었고, 자부(紫府)에 우서(雨書)가 있었으며, 치우(蚩尤)에 화서(花書)가 있었다. 투전문속(鬪佃文束)은 그 남은 혼적이다, 복희(伏羲)에도 용서(龍書)가 있었고, 단군(檀君)에 신전(神篆)이 있었다. 이런 종류의 글자와 글이 백산*흑수*청구 등 구려(九黎) 등지에 널리 쓰여졌다”고 하였다.
이와같이 상고시대의 우리나라에 문자와 글이 있었으며, 여기에 보이는 복희의 용서가 곧 범서인 것이다. 왜냐하면 범서는 이를 데바나가리라 하는데, 데바는 천신을 의미하고, 나가는 용(龍)이란 뜻으로서 데바나가리는 용서(龍書)라는 뜻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복희의 용서는 곧 범서라 추정할 수 있다.
삼국유사 요동성육왕탑기에도 고구려 동명성왕이 요동을 순례하던 중에
삼중토탑(三重土塔)을 발견하였는데, 그 밑에 묻혀있던 명(銘)에도 범서가 쓰여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명에 쓰인 범서를 일연 승은 그 해설에서 서역문자라 함으로써 그 범서가 상고시대의 우리나라 문자인가, 아니면 인도에서
전래된 문자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시켰다.
삼종토탑을 발견한 때는 고구려 동명성왕 때로서 B.C.1 세기 후반이다.
그때는 안도와 가까운 중국에도 석가불교가 전래되기 전이며, 우리나라
에도 전래되기 천이다. 더욱이 그때는 대승불교마저 성립되기 전이다.
그러므로 삼중토탑을 석가불교의 불탑이라 할 수 없고, 명에 쓰인 범서
도 인도에서 전래된 문자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외에도 ‘단기고사‘ 제12세 단제 편에 “지금 황해도 구월산의 마한촌에 고대의 국문비(國文碑) 한 개가 존재하니 범문과 비슷하다”고 하였다. 이는 범어를 모르는 사람이 범서를 보고 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보면 상고시대의 우리나라에 범서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원시 대승경이 상고시대의 우리나라에서 인도로 전승되었다고 할 경우, 원시 대승경에 쓰여진 범서는 당연히 우리민족의 범서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범어는 인도의 고유어가 아니라 외래어이고, 북셈계 문자도 아님을 생각하면 당연히 그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4. 梵語는 우리민족의 言語와 同一하다.
그러나 실제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어의(語義)*어법(語法)*문자의 동일성 등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첫째, 범어의 어의가 우리말의 어의와 동일한 경우가 많다.
대승불교가 성립된 이래 대승경이 수차에 걸쳐 결집되면서 대승경에 쓰여진 범어의 용도가 인도어로 바뀌어 질 수도 있고, 우리민족의 어의도 2,000여 년 전부터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게 되었고, 한문을 일상어에 병용하면서 변질에 변질을 거듭하였다. 그러므로 대승경 범서의 어의와 우리말의 동일성을 증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단어의 동일성을 몇 개 지적하면
1. 석가세존의 열반지인 구시국(拘尸國)을 구시나라(拘尸那羅)라고도
하는데, ‘나라(那羅)’는 곧 국가를 의미한다, 우리말에서도 국가를
‘나라’라고 한다.
2. ‘산스가라’는 유위(有爲)를 의미하는데, ‘산스’의 어원은 ‘살다’이고,
‘가라’의 어원은 ‘가다’(行)로서 우리말이다.
3. 보살은 보리살타(菩提薩唾)의 약어이다. 보리살타는 중생제도* 중생구제*생명구제를 뜻하는데, 보리는 지혜를 의미하고 지혜는 견성(見性)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며, 견성은 “본래의 진면목을 보다”의 뜻으로 ‘보리’의 어원은 ‘보다’라고 생각된다. 살타의 어원은 살다(生)이다. 보다와 살다는 우리말이다.
4. 차마(叉摩)는 ‘용서를 빌다’는 뜻인데, 그 어원이 참다(忍)로서 우리말의 ‘참다’이다.
5. 파라사화(波羅奢華)는 ‘파란 잎’을, 파라니밀(波羅尼蜜)은 ‘파란 하늘’을, 파라타(頗羅墮)는 속성(俗姓)의 하나인데 ‘청명(淸明)’을 의미한다. 이를 보면 ‘파라’ 또는 ‘파라타’는 우리말 파랗다(靑)이다.
이와 같이 범어의 어의와 우리말의 어의가 동일할 경우가 많다.
둘째, 범어의 어법이 우리말 어법과 동일하다.
1. 범서는 그 문장구조에 있어서 주어가 선두에 오고 동사가 끝에 오며 수식어는 피수식어에 선행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우리말 어법과 그대로 일치한다.
2. 범서는 명사*대명사*형용사의 성*수*격이 그 어미변화로 주어*목적어 등을 나타내며, 또한 이칭*수*시상*법*태를 주로 동사의 어미변화로 나타낸다. 우리의 언어도 범어와 같이 명사*대명사*형용사의 어미변화 즉 조사의 변화에 의해 주어*목적어 등을 나타내며(예컨대, 명사 또는 대명사에 “는*은*가*이”룰 붙이면 주어가 되고, “을*를”를 붙이면 목적어가 된다), 또한 동사의 어미변화로 인칭*수*시상*법*태를 나타낸다(예컨테 하였다*하다*할 것이다*하겠다*하라*하겠습니다*하자*합시다*하시오 등으로 변해서 인칭*수*시상*법*태를 나타낸다). 이 문제는 하나의 상식으로서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3. 범서는 둘 이상의 연속자음을 나타내려면 그 자음문자를 연합하여 하나의 결합문자를 만든다.(예컨대, ㄲ*ㄸ*ㅃ*ㅆ*ㅉ 등이다)
4. 범서는 자음마다 언제나 모음과 주로 (a)를 동반하는데, 우리 언어를 표기하는 한글도 자음마다 언제나 모음을 동반한다. 그러나 모음 (ㅏ)를 특별히 동반하지 않는다. 이는 역사의 변천에 따른 음운의 변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5. 고대의 범서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는데, 우리민족의 고대의 필순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다.
이상과 같이 범서의 어법도 우리민족의 어법과 그대로 일치한다.
셋째, 대승경 범자의 자형이 우리민족의 범자와 유사하다고 추정된다.
일연 승은 우리민족의 범자를 서역문자라 하였다. 이는 우리 민족의 범자의 자형이 대승경의 범자와 동일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민족의 범자를 용서라 하여 그 글자 모형이 용 같음을 추정할 수 있는데, 대승경의 범자가 일률적으로 용의 형상을 띠고 있다. 또한 “범자와 한글이 그 자형이나 자음에 있어서 서로 유사한 점이 많아 한글이 범자에서 기원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지금까지의 소론을 간략히 정리하면
1. 대승경의 범어(범서)는 인도의 고유어가 아니라 외래어였다.
2. 대승경 범자의 기원이 북셈계 페니키아 문자와 무관하였다.
3. 상고시대의 우리나라에 범서가 있었다.
4. 대승경 범서의 어의가 우리말의 어의와 같은 경우가 많았다.
5. 대승경 범서의 어법이 우리말의 어법과 그대로 일치되었다.
6. 대승경 범서의 자형이 우리민족의 범서와 동일하다고 추정되었다.
이상과 같으므로 원시 대승경의 범서는 상고시대 우리민족의 범서라고 결론을 내려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더욱이 범어는 이를 천축어(天竺語)라고도 한다. 그런데 석가세존 이전의 천축은 우리나라 고조선인 것이다. 이를 생각하면 범어는 당연히 상고시대 우리민족의 언어라 할 수 있다.
잃어버린 배달사상과 동양사상의 기원, 안창범, 국학자료원, 서울, 1997년 2월 p.279-286